탑건의 후속작으로 36년 만에 개봉했다. 2020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이 연기되었고, 23개월 간 개봉을 연기한 끝에 2022년 개봉했다. 이후 평단의 호평과 함께 큰 인기를 얻는다.
반복되는 과거를 직시할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신형 초음속 전투기 개발 사업인 다크스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던 매버릭은 마하 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폐기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독단적으로 마하 텐 비행을 하고 멋지게 성공하며 다크스타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해 낸다. 매버릭의 행동에 격노한 케인 소장은 그를 탑건 학교로 전출시켜 버리면서 그의 노력도 무의미하다고 일갈한다. 어차피 드론이 파일럿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버릭은 이렇게 대답한다. 오늘은 아닙니다.
본인이 원하면 별도 두 개나 좋게 달았을 미 해군의 전설적인 파일럿 그러나 그는 수많은 훈장이 방증하듯이 과거의 영웅이다. 케인 소장의 지적대로 명령에 불복하는 파일럿보다 더 충실한 드론이 등장한 시대에 과거의 영웅이 있을 자리는 이제 없다. 그래서 다크스타를 몰고 마하텐에 도달한 것이 전설의 건재함을 보여준다면 마하텐 이상에 도전했을 때 전투기가 폭발하는 것은 과거의 유산이 서 있을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매버릭의 위기는 사실 그저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과거를 폐기할 때 현재가 등장하고 거기서 한 발짝 더 진보할 때 미래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그렇게 시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매버릭과 케인 소장의 충돌은 단지 유인 전투기와 드론 사이의 논쟁과 대립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과거와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탑건 매버릭은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난 답을 말한다. 영화는 과거를 폐기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로 불러와야 한다고 말한다. 매번 반복되는 과거를 직시할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주제의식으로 무장한다. 마치 시간 자체도 하나의 둥근 고리라며 순환론적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체의 영원 회기 신화처럼 말이다. 그래서 영화는 이막의 시작과 동시에 매버릭에게 그가 30여 년 전에 졸업한 탑건 학교로 보낸다. 과거로 되돌아가고 과거를 새로 겪으면서 그가 미래에도 유의미해질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만들고 이렇게 탑건 매버릭은 전작의 구조 장면 상황을 되풀이한다. 시간대만 달라졌을 뿐 사실상 동일한 상황 속에 매버릭을 다시 던져놓는다.
매버릭을 통한 과거와 미래
교관으로 불려 와 적국의 우라늄 원자로를 파괴하는 작전을 12명의 파일럿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임무를 알게 된 매버릭 그는 이 작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이 본인이 실전에서 직접 경험해 본 사건들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그는 최고 중에 최고만 모인 파일럿들에게 기초적인 도그파이트 훈련부터 시작한다. 2분 30초라는 시간제한이 있는 작전을 수없이 반복 학습시키며 실제 작전과 같은 상황 계획 속에 그들을 거듭 던져놓는다. 누군가는 처참히 실패하고 누군가는 팀원과의 불화로 실패하고 누군가는 신체적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지만 같은 훈련을 반복하면서 파일럿들은 조금씩 차이를 만들어내고 각자의 자존심만 내세우던 파일럿들이 한 팀이 되어간다. 매버릭은 몇십 년째 그를 괴롭히던 트라우마를 루스터의 모습으로 마주한다. 전작에서 전투기를 탈출하던 도중 윙맨이자 절친이었던 구스를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그는 구스를 똑 닮은 그의 아들 루스터가 훈련받은 12명의 파일럿 중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된다. 루스터를 지켜보며 과거의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대면한 매버릭은 오랜 기간 그래왔듯이 루스터를 보호하기로 결심하고 작전의 성공만큼이나 생존하여 귀환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수없이 등장하는 오마주 곧 과거의 사건들은 훈련 교관이었던 매버릭이 끝내 작전에 한가운데에 선 것에서 눈치챌 수 있듯 영화의 실제 작전에서 나타난다. 줄곧 연습하던 작전을 실제로 실행하는 그 순간에 가슴이 멎을 듯한 긴장감, 작전 이후 뒤따르는 지대공 미사일과의 목숨을 건 사투 그리고 성능의 차이가 큰 전투기 간에 살 떨리는 도그파이트 장면까지. 매버릭은 구스처럼 죽을 위기에 빠진 루스터를 구하고 루스터는 생각하지 말라는 매버릭의 조언을 받아들여 본능적으로 전투기를 비행하고 매버릭을 구한다. 생환하기 위해 2인 1조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래전 매버릭과 구스의 팀 플레이가 겹쳐 보인다. 이러한 액션 씬은 결국 과거는 반복되기 마련이고 인간은 시간이라는 고리 안에서 특정 순간으로 계속 되돌아오지만 영원 회귀하는 시간 안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갖는 사건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순간의 무게와 책임을 견뎌낼 때 과거와 트라우마의 늪에서 벗어나 새 미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작을 뛰어넘은 후속작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 들려온 극찬 덕분에 사실 이 영화를 둘러싼 걱정은 상당했다. 그러나 우려에 불과했다.
굳이 시대에 맞게 무언가를 바꾸려고 애쓰지 않았고, 과거에 좋았던 점들을 더 멋지게 만들어서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영화는 좋아진 기술력을 자랑하는 동시에 오래전 감성도 가득하다. 대신 과거의 매력을 접하는 이들이 알아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즐기도록 유도한다. 덕분에 탑건 매버릭은 추억을 되풀이하는 향수를 자극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탑건 매버릭은 36년의 기다림을 완벽하게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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